'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가 있는 연작소설이다. 百의 그림자도 그렇고 세운상가를 너무나 잘안다. 아버지가 거의 50년 동안 오디오 수리를 했다고 한다. 그의 맏딸이다.
인사도 없이 쓱 들어가서 그거 달라고 하면 그거를 알아듣고 틀림없이 그거를 줄 수 있었던 사람들,
두 사람 각자와 공동의 사물에 둘러싸인 채 조금씩 닳아 사라져가는 것. 삶이 없고, 닳아 없어질 물리적 형태도 없으므로 dd에 게는 내내 도래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올 것 이다. d는 현관에 서서 이승근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것을 깨달았다. 권태, 환멸, 한조각의 정나미도 남지 않은 삶. 이와 같은 얼굴이 나에게 올 것이고, 나는 혼자 그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노동으로 우리 삶을 돕고 있는 그를 우리는 신뢰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따금 우리는 그를 향한 신뢰가 우리 입장에서의 편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는 늘 책이나 다른 무언가를 읽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필 내가 보려는 그 페이지 그 문장이 또렷하게 보이질 않는데 이것은 내가 매번 무언가를 보려고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일단 보이기 때문이겠죠, 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어떻게 보이죠? 글쎄 그것이 보인다고 그 점이 불편하다고 거듭 말했을 때에도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 불편할 텐데?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를 바라보다가 훨씬 좋지 않은 사례에 비해, 라는 말을 그가 하고 싶었을 거라고, 바로 그 말을 생략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