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 창비

2023. 11. 24. 15:11

반응형
 
디디의 우산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d》라는 제목으로 다시 선보이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웃는 남자》, 《문학3》 웹 연재 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릴 적 친구인 도도와 재회한 디디.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친밀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단편 《디디의 우산》에서 비롯된 작품 《d》에서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dd(디디)’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세운상가에서의 물류 일이라는 고된 노동의 하루하루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던 그는 세운상가에서 수십 년간 음향기기 수리를 해온 여소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딛는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화자 ‘나’는 구두회사 직원이자 완성하지 못한 열두 개의 원고를 지닌 작가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동갑내기 서수경과 20년째 함께 사는 중이다. 두 사람이 고교 졸업 후 재회해 인연을 키우게 된 계기는 1996년 이른바 ‘연대 사태’가 벌어진 연세대 안에서의 일이다. 서수경의 생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비극을 목격한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광장으로 거리로 나선다.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 2014년부터의 애도와 분노의 현장, 이윽고 2016년 겨울 수백만 촛불의 물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나’는 이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순간을 서수경, 그리고 동생, 조카와 함께 지켜본 뒤 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오후를 맞는다. 많은 사람이 혁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끝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여전히 도외시하고 있음을 말하는 작품의 결말은 전율적이다.
저자
황정은
출판
창비
출판일
2019.01.20

디디의 우산 | 황정은 | 창비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가 있는 연작소설이다.
百의 그림자도 그렇고 세운상가를 너무나 잘안다.
아버지가 거의 50년 동안 오디오 수리를 했다고 한다.
그의 맏딸이다.

인사도 없이 쓱 들어가서 그거 달라고 하면 그거를 알아듣고 틀림없이 그거를 줄 수 있었던 사람들,

두 사람 각자와 공동의 사물에 둘러싸인 채 조금씩 닳아 사라져가는 것. 삶이 없고, 닳아 없어질 물리적 형태도 없으므로 dd에 게는 내내 도래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올 것 이다. d는 현관에 서서 이승근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것을 깨달았다. 권태, 환멸, 한조각의 정나미도 남지 않은 삶. 이와 같은 얼굴이 나에게 올 것이고, 나는 혼자 그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노동으로 우리 삶을 돕고 있는 그를 우리는 신뢰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이따금 우리는 그를 향한 신뢰가 우리 입장에서의 편의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는 늘 책이나 다른 무언가를 읽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필 내가 보려는 그 페이지 그 문장이 또렷하게 보이질 않는데 이것은 내가 매번 무언가를 보려고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일단 보이기 때문이겠죠, 라고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어떻게 보이죠? 글쎄 그것이 보인다고 그 점이 불편하다고 거듭 말했을 때에도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 불편할 텐데?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그를 바라보다가 훨씬 좋지 않은 사례에 비해, 라는 말을 그가 하고 싶었을 거라고, 바로 그 말을 생략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