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ㅣ 백수린 ㅣ 문학동네

2023. 11. 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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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발표하는 작품마다 흔들림 없는 기량을 보여주며 평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소설가 백수린의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가 출간되었다. 2011년 데뷔한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짧은 소설들과 산문을 발표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장편의 그릇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린 그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인 만큼 이 작품의 탄생이 더욱 반갑고 귀하다. 『눈부신 안부』는 2021년 봄부터 2022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이토록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으로 절찬리에 연재되었다. 작가는 특유의 성실하고 꼼꼼한 소설쓰기로 연재와 개고에 임한 끝에 지극히 완성도 높고 아름다운 첫 장편을 자신의 이력에 추가하게 되었다. 백수린은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에서 일찍이 “충실한 기본기”는 물론 “안정적인 보조와 감각으로 자기 세계를 부풀려가는 정통적인 스타일”(문학평론가 서영채)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을 통해 누군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안전한 껍질이 “더 깨진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샅샅이 알고 싶다고 마음먹”(소설가 김연수)게 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더욱 섬세하게 벼려냈다. 그리고 작가에게 2020 한국일보문학상을 안겨준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시인 박연준)는 평을 받으며 삶의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문장 위에서 구현하는 독보적인 감각을 드러내 보였다. 『눈부신 안부』는 백수린이 그간 이루어낸 이러한 성취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비극적 사건을 회피하려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던 한 인물이 어른이 된 후 한층 품 넓은 시야로 서툴렀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좇는다. 차분하게 쌓여가는 서사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치유와 성장에 도달하려는 한 인간의 미더운 움직임이 백수린의 다정한 문장으로 그려진다.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아름다운 결이 지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확장되는 근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백수린 소설세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
백수린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3.05.24

눈부신 안부 ㅣ 백수린 ㅣ 문학동네

 

한수, 선자, 이런 이름들 때문에 '파친코'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같이 살아오르기 시작해 머릿속이 이미 회색빛이 되었다.

종이책이라 집안에서 누울 수 있는 곳마다 온통 뒹굴면서 읽었다. 마치 매번 주말만 손꼽아 기다렸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신기했던 건, 책 볼 때 가사가 있는 음악은 잘 듣지 않는 편인데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아베마리아 부터 시작해서 온갖 팝들을 들어도 전혀 거슬리지도 않고 생각이 다른 곳으로 빠져들지도 않았다. 그저 커피 한 모금, 담배 한 모금 때문에 반쯤 누워있는 상태에서 배에 한번 힘을 주고 자세를 고치는 수고만 있었다. 그리곤 이 시간들이 ‘너 그렇게 주말 편하게 잘 보내고 있지?’ 하며 안부를 물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아는 것처럼 스스로의 경험과 상상을 더해 유추하면서 내 신발을 신어보려 하는 느낌이, 오래전에는 싫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보려 하지도 않은 체 맞지 않는 신발을 권하거나 하는 이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그래서 그들이 왜 그렇게 수고와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그들이 바로 다정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란 걸 난 잘 알고 있다.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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