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카페 ㅣ 존 스트레레키 ㅣ 고상숙 ㅣ 클레이하우스

2023. 11. 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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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카페
끝없는 직장 일, 밀려드는 고지서,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 존은 모처럼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트럭의 전복사고로 길이 꽉 막혀 주차장이 되어버리고, 참다못한 그는 다른 방향으로 차를 돌리는데 아뿔싸 오히려 길 잃은 신세가 되고 만다. 배도 고프고 자동차 연료도 다 떨어졌을 때쯤 도착한 곳이 바로 세상 끝의 카페. 이곳에서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존재의 목적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종업원 케이시와 요리사 마이크, 그리고 카페의 단골손님 앤을 만난다. 메뉴판을 펼치면 나오는 인생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과 마주한 존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케이시와 마이크와 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파도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녹색 바다거북 이야기, 삶의 진정한 행복이 뭔지 깨달은 지혜로운 어부 이야기, 어려운 위치에 골프공이 놓인 꿈을 반복적으로 꾸는 사람의 이야기, 늘 행운이 따라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존재의 목적을 찾게 해주는 멋진 이야기들을 들으며 존은 삶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얻게 된다. 그는 왜 진작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까, 하고 탄식하며 다시는 저 문 넘어 다른 쪽에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인 이 책은 주인공인 존이 피로와 짜증에 가득 찬 상태로 우연히 찾게 된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존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깨달음을 하나씩 얻어간다. 존재의 목적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으며, 알게 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룻밤을 새운 후 카페 문을 나설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삶의 군더더기를 모두 버리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될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저자
존 스트레레키
출판
클레이하우스
출판일
2023.02.24

 

세상 끝의 카페 ㅣ 존 스트레레키 ㅣ 고상숙 ㅣ 클레이하우스

 

처음으로 해외를 간 곳은 세부였다. 그전까지 흔한 제주도도 한번 못 가봤으니 비행기를 탄 것 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2010년도, 이맘때였으니 13년 전의 일인데 얼마 지난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이 책을 시작하고 바로 떠오르는 순간이 그때의 일이다. 내 휴가로 거길 간 건 아니고 실적 상위자 직원들과 인센티브 트립으로 갔었다. 해외는 나도 처음인데 직원들 인솔하고 문제없도록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내 노심초사할 일이다. 거기다 당연히 같이 술도 마셔줘야 한다. 내가 그렇게 다녀 오는걸 주위에서 '좋겠다'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피곤한 일이다.

전날 술이 과해서 오전에 정신 못 차리는 직원 몇 명 외에는 큰 문제 없이 며칠 동안 잘 진행했다. 그날, 점심 식사 후 다들 방에서 편하게 쉬고 두 시간 후에 다음 일정 진행하겠다고 얘길 해주고 나도 너무 피곤하고 정신없어 방에서 좀 쉬려고 했었는데 이유야 어떻든 내 첫 해외여행이기도 한 이 시간에 하고 싶은 걸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있는 호텔에 가면 호텔 수영장이 아닌 바다에서 꼭 수영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그 호텔이 그랬었다. 바로 호텔 수영장을 지나 비치로 가서 발이 잘 닿나 물 높이를 체크해 보고 물에 들어가 첨벙대며 놀았다. 그때 그 비치에는 한낮인데도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수영 비슷한 걸 하며 놀다가 바닥이 상당히 완만해 보여 조금 더 멀리 나가봤다.

물이 너무 깨끗해 바닥이 훤히 보이니 안심이 되었다. 그러다가 너무 멀리 온듯해서 돌아가려고 발을 디뎠는데 바닥이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바닥을 보니 바닥이 거의 까만색에 가깝게 보였다. 있는 힘을 다해 발과 손을 뻗어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봤더니 나를 구해줄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무지 평온해 보이는 호텔 수영장만 보였다. 내가 당황하지만 않으면 문제없을 거야, 몸에 힘을 빼고 손과 발로 조금씩만 첨벙대면 앞으로 갈 꺼야. 바다니까 가만히 있어도 물에 뜰 꺼야, 엄마, 아빠, 여자친구 얼굴이 계속 떠오르고 내가 여기서 죽으면 장례는 어디서 치러야 하지? 별생각이 순간 다 들었고 그래도 정신 차리면 괜찮을 거야 하며 기어코 발이 닿는 곳까지 갔다. 실제 시간은 몇 분이겠지만 그때의 내 시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발이 닿는 걸 확인하고 기어가다시피 해서 모래사장에 몸을 뉘었다. '아, 살았구나'

숨이 너무 차올라 한참을 누워있었다. 내가 놀라긴 놀란 모양이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었냐면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처음 해외에 나와서 해보고 싶은 걸 해봐서 좋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물에 빠져도 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혼자 키득댔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이 하는 사람들은 늘 행복했으면, 늘 잘 됐으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내 존재의 가치 중 한 가지이다.

그날 나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얘길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못했다. 아주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난 후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얘길 했었는데 누구도 대수롭지 않게 들었고 나 또한 재미 삼아 얘길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은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나는 바다, 비, 그리고 물놀이하는 게 좋다. 철이 덜 들었나 보다.

스스로 존재의 목적, 가치를 생각해 봐서 그걸 발견했다면 그 길을 꾸준히 걷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길 중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이 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때 흔들려 또 다른 삶의 형태로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원하는 삶을 자꾸 뒤로 미룰 수도 있을 것 같다. 갈 때는 얼마 안 간 것 같은데 돌아보면 너무 멀리 와있어 놀랄 때가 많지만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멀리 와있는 정도가 아니라 돌아갈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에 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본인이 원하는 존재의 목적, 가치대로 그 길을 가길 바란다. 물론 이 글을 본다면 말이다.

아래 질문이 책 전체의 내용이다.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죽음이 두렵습니까?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 인생 자체가 멋진 이야기랍니다. 단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지, 또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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