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ㅣ 심너울 ㅣ 안전가옥

2023. 11. 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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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자, 심너울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2018년 6월에 첫 작품을 쓴 작가는 이후 1년 반 동안 무려 21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들 중에는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화제가 된 작품도 있고, 웹툰화 계약을 맺게 된 작품도 있다. 앤솔로지 《대멸종》 수록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는 SF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는 심너울 작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실었다. 첫 발표작 〈정적〉과 SNS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던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이번 작품집을 위해 새로 쓴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 〈최고의 가축〉을 함께 수록하였다. 〈정적〉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사건을 계기로 뜻밖의 인간관계를 맺게 된 ‘나’의 이야기다. 듣지 못하게 되었기에 비로소 ‘들리게’ 된 조용한 이의 말들은 침묵으로 가득한 나의 일상을 풍요로운 대화로 채워 준다. 제약이 때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전하는 작품으로,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같이, 가치’ 프로젝트 선정작이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는 실제 잦은 연착으로 악명 높은 경의중앙선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해당 노선을 이용해 본 독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준 작품이다.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역에 속박되어 버린 원념들의 짧고 굵은 하소연,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역에 작업실을 차린 인기 웹툰 작가의 사연이 ‘웃프다’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는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한 9급 공무원 김현의 독특한 시간 여행기이다. 민원인과 동장에게 치이는 평일은 죽느니만 못하다고 여긴 현은 매일이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같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정작 금요일을 반복하게 된 현은 이전보다 더 뒤틀린 생활을 맞이하고 만다. 주말만을 바라보며 일상을 버티는 모두에게 전하는 독한 위로주 같은 작품이다. 〈신화의 해방자〉는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실험용 쥐를 죽이는 일을 해야 했던 청년 유소현의 전기(傳記)이다. 그는 늘 다른 사람의 말에 순종하며 살아왔지만, 용의 유전자가 발현된 쥐 ‘용순이’를 본의 아니게 키우게 되면서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자신의 마음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용순이가 실험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 소현은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도 해방하게 된다. 마지막 작품 〈최고의 가축〉에도 용이 등장한다. 인간을 가축 삼아 거느리는 용들은 일정한 땅을 수호하며 인간들에게 공물을 받는다. 한반도의 수호룡인 이스켄데룬은 날개 부상 때문에 430년 동안 관악산에 은둔해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의 둥지에 한 인간이 찾아온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의 직원인 그는 용의 세포를 연구해 날개 치유를 돕겠다고 제안한다. 환상적인 설정, 반전의 묘미 속에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깃들어 있다.
저자
심너울
출판
안전가옥
출판일
2023.05.26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ㅣ 심너울 ㅣ 안전가옥

 

매번 e-book으로 보니 실제 책을 보진 못했지만 책이 길쭉하다. 추상화 같은 표지 디자인은 공이 떨어지는 궤적을 담은 건가 싶기도 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책 선택에 있어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큰 것 같다. 다만 책이라서 텍스트가 먼저 보일 뿐이었는데 요즘은 디자인도 같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음반을 한창 모았을 때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보가 나오면 음악도 좋지만 앨범 커버를 보는 재미도 컸다. 특히나 아주 오래된 뮤지션들의 커버는 관록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을 테니까. 책 디자인도 그렇게 음반과 같은 건데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책띠지도 디자인을 헤치지 않고 카피를 넣어야 하니 그 또한 고뇌한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 같다. 문득 책은 읽지 않으면서 책을 모으고 교보문고를 좋아하는 직원이 생각났다.

이런 작품들은 거의 접해보지 않아 낯설지만 또 다른 생각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그런 얘기들을 하면 대부분 비현실적이라고 할 것이고 몇몇은 그럴 수도 있을까 하며 같이 상상의 크기를 키울 것 같다.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바램에서 약간만 넘어가면 나오는 영역 같다.

네 편이 들어 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것 같다. 뭔가 모를 동질감 비슷한, 약간 빙의가 된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정적'과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뒤에 두 편 보다 나는 더 재밌었다. 그리고 읽다가 실소를 터뜨린 부분이 있었는데

"근추동의 동장 장민혁은 서유럽에 본사를 둔 유명한 맥주 회사의 마케터이기도 했다. 그는 서유럽에 살았던 적이 없고, 공무원의 신성한 겸업 금지 의무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30년 경력이 빛을 발하는 업무 처리 방식과 재수 없게 얽히는 날이면, 현은 집에 가는 길에 수입 맥주 네 캔을 안 사려야 안 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계단을 다 올라갔는데 한 계단 더 남은 줄 알고 헛발질하는 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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