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ㅣ 김민주 ㅣ 팜파스

2023. 11. 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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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ㅣ 김민주 ㅣ 팜파스

 

서핑을 너무 해보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들어 여름휴가 때 가야지 했던 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다. 혼자 가야 해서, 코로나 때문에, 일 때문에 뭐 이런 핑계들로 지금까지 미루고 있다. 그런데 왜 정말 서핑을 하고 싶은 걸까 매번 미루기만 하는데 말이다.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완전히 풀리는 그런 활동들은 거의 없었는데 스노우보드를 타게 되면서 겨울이 기다려졌다. 겨울 냄새도 좋았고 바람을 맞는 것도 좋았다. 무지 겁났지만 상급자 슬로프를 처음 타고 내려온 날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점프하다가 심하게 굴렀는데 보드가 바닥에 꽂혀서 무릎이 돌아가는 사고가 났었다. 마음속으론 정말 괜찮아야 될 텐데 하고 한참을 누워있다가 일어났는데 걸을만해서 다행이었다. 운전까지 해서 집에 잘 왔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괜찮은 게 아니었다. 아마 거의 한 달 정도 출퇴근을 택시로 했었다. 이러다가 크게 다치면 안 될 것 같아. 스노우보드는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아직까지 장비들은 처분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데, 부츠는 새로 사서 딱 한 번 신은 상태라 아쉬움이 더 남는다. 그때 그 스노우보드를 탔을 때의 느낌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데 그게 나에겐 서핑이다. 아직 해보진 못했지만, 올해는 꼭 한번 해봐야겠다.

이 책은 가볍게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전혀 그런 구석이 없는 얘기들이다. 나름대로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려 여러 가지 노력을 했었지만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그리고 본인에 대한 사랑은 없었던 그런 시절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고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만나는 그런 내용이다. 이 얘기들을 보면서 알록달록한 남의 인생에 좋은 부분만 보고 '넌 좋겠다'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자신을 찾고 그 울림을 잘 쫓아,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는게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게 '용기'였으니까. 내겐 그 '용기'가 아마도 다른쪽으로 흘렀던 것 같다. 또다시 그 용기를 내봐야 하는 시점을 잘 정해봐야겠다.

마지막엔 내가 무지 좋아하는 영화<패터슨>얘기도 나온다. 난 이 영화가 왜 좋은진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회사에 다닐 땐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달에 약속된 월급이 들어오지만, 다음 달의 내 모습에 기대를 품었던 적은 없었다."

"서핑을 하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게 된다. 앞으로 40년 동안 탈 거니까 오늘 하루쯤 못 타도 괜찮고, 즐거우려고 타는 거니까 파도가 없다고 짜증 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지은이는 제주에서 잠깐만 지내다가 다시 서울로 갈 생각이었다고 했다. 한 달 뒤 제주를 떠나려던 지은이를 붙잡은 건, 사람이 아닌 집 마당의 텃밭이었다. 텃밭에는 무심코 심어 놓은 상추가 다 자라 있었다. 문득, 다 자란 그 상추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상추를 먹느라 떠나는 날이 며칠 미뤄졌다. 그 사이 방울토마토가 다 익었다. '나를 따 먹어요.'라고 말 하는 방울토마토를 두고 갈 수 없어 방울토마토를 먹느라 상경은 또 며칠 뒤로 밀렸다. 그렇게 지은이는 벌써 4년째 제주에 살고 있다."

"사람은 몸이 망가지면 아픔을 느끼고 표현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조차 울음을 통해 몸에 문제가 있음을 알린다. 하지만 바다는 조용하다. 조용하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라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바다는 아프다는 말이 없다."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인 취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든 이 조건은 내 삶의 1순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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