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ㅣ 김혼비 ㅣ 제철소

2023. 11. 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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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아무튼 시리즈의 스무 번째 이야기는 ‘술’이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김혼비 작가가 쓴 두 번째 에세이로,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에 당당히 “술!”이라고 외칠 수 있는 세상 모든 술꾼들을 위한 책이다. “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된 작가는 수능 백일주로 시작해 술과 함께 익어온 인생의 어떤 부분들, 그러니까 파란만장한 주사(酒史)를 술술 펼쳐놓는다. 소주, 맥주, 막걸리부터 와인, 위스키, 칡주까지 주종별 접근은 물론 혼술, 집술, 강술, 걷술 등 방법론적 탐색까지… 마치 그라운드를 누비듯 술을 둘러싼 다양한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를 좇다 보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주종과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애주가나 여태 술 마시는 재미도 모르고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비애주가 할 것 없이 모두가 술상 앞에 앉고 마는, 술이술이 마술에 빠지게 된다.
저자
김혼비
출판
제철소
출판일
2019.05.07

 

 

아무튼, 술 ㅣ 김혼비 ㅣ 제철소

 

술 자체가 좋다기 보다 술 때문에 좋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그게 술이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사람들이 술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싫다고 얘기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항상 술 마신 다음날이 생각이 나는데 그것도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즐겨 하는 건 전날 술마시고 아침에 힘들어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요새 누가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니냐"라고 말하는거다. 물론 나랑 마셨는데 나는 좀 견딜만한 상태일 때만 그런다. 그럴 때 돌아오는 반응이 재밌어서 언제나 그렇게 얘기하고 오후 한 5시 정도 되면 또 가서 속은 좀 괜찮냐고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얘길 해주고 괜찮다고 하면 "오늘 한잔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 까지가 완성이다. 이때 반응은 더 재밌다. 이게 사람들이 금주를 선언하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생사고락을 같이 했었던 우리 직원들이 언제나 잘 지내길,,, 생각난 김에 또 한 번 기도한다.

"몇 주 전에는 슈퍼에 들어가서 열 개들이 약과 한 통을 사 들고 나왔고(여기까지는 기억난다), 집에 돌아와서는 T의 만류에도 무릅쓰고 약과니까 약통에 넣어야 한다며 기어이 비상약통 뚜껑을 열고 그 안에 약과들을 넣었다고 한다(이 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 그랬다가 어제 아침 반창고를 찾으려고 약통을 열었더니 약과들이 잔뜩 들어 있어 정말 황당했는데… 그렇다면 이건 주사인가 아닌가."

아마도 'T' 가 배우자인 것 같다. 앱솔루트가 'T'를 만나게 해줬다. 금성 냉장고의 애틋함을 갖게도 해주고 말이다. 이 얘기들은 순전히 1차만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에필로그에 2차 얘기도 나온다. 그 얘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세월을 더 마셨으니 조금 더 진지한 얘기들이 나올 것 같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나도 포함해야 할 수도 있지만) 항상 건강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재밌는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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