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웅진지식하우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2023. 12. 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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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나의 결혼식이 열렸어야 했던 날, 형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해 가을, 나는 다니던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한동안은 고요하게 서 있고 싶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그림과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나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3.11.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웅진지식하우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친형이 세상을 떠난 슬픔으로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주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지독한 무기력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고 싶은 마음도 알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나. 그리고 내게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어딜까.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해보지 못한 것 같다. 고민해봤다면 나도 어떻게든 그런 공간에 있으려고 했을 텐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880년에 개관한 이래 미국에서 최고로 꼽힌다고 한다. 직접 가보는 대신 브링리의 느낌과 해설로 같이 투어를 해본다. 조금만 더 집중해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만 느껴지는 향기와 분위기는 대충 아니까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면 구석 구석 다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만약 작품을 보지 않고 책만 본다면 몇 페이지 읽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상상이 가능 할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을, 그것도 모르는 작품을 상상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같다. 그래서 https://www.patrickbringley.com/art 이 페이지로 접속을 하면 책의 목차와 같이 작품들 링크가 있으니 같이 둘러보면서 느끼면 될 것 같다. 심지어 야구카드도 볼 수 있으니까.

작품 완성 전에 제작이 중단 된, 개념상 아직 진행 중인 작품을 모아놓은 메트 브로이어 미술관이 개관을 했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4년만에 폐관이 됐다고 한다. 언제나 완연한 것들만 볼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인데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곳이라고 하니 꽤나 흥미가 생겼는데 없어졌다니 아쉬웠다.

미켈란젤로와 로레타 페트웨이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술가로 설명해주는 게 흥미로웠다. 사실 그렇게 생각되질 않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하나도 다를 게 없잖아!’ 로 생각됐다.

아이가 커가면서 브링리 자신도 메트에서 많은 부분 고요함과 안식을 찾았으니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 아닌 그 사람들을 이끌고 탐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로어 맨해튼 도보 여행 가이드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브링리가 메트를 그만두는 날 일하는 동안 마지막 할 일은 가장 좋아했던, 아니 필요로 했던, 품고 나가야 했던 그림을 고르는 일인데 그 그림은 Fra Angelico 의 The Crucifixion 이었다. 그 이유도 나와있는데 너무 공감이 되는 말들이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내 앞에 펼쳐진 삶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게 나의 희망이다."

브링리는 스스로의 세상을 메트로 한정 지어버렸다. 하지만 메트는 진짜 세상보다 훨씬 더 넓은 곳이었으리라. 그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탐험하고 싶어 10년간의 근무를 뒤로 하고 나오는 순간 그간의 슬픔과 무기력은 사라져있었다.

이 책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23년도에 읽은 책 중에서 내게 위로가 됐던 책이 ‘상실의 기쁨’ 이었는데 이 책도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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