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 이다울 ㅣ 웨일북

2023. 5. 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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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무늬
”나는 무슨 병을 갖게 된 것일까?“ 원인 모를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섬세하고 대담하게 써내려간 반려 질병 관찰기 가만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면 불안과 걱정이 증식한다. 이대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 아무것도 못한 채 삶을 탕진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해진다. 작가 이다울은 그런 상상이 불안을 자아내고, 떠오른 불안이 또 다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에 정지 버튼을 누른다. 《천장의 무늬》는 불안과 공포를 한 걸음 바깥에서 바라보고자 시작한 통증과 생각의 기록이다. 훌라후프로 낯선 동네 대회에서 뻔뻔하게 1등을 차지하고, 씨름판에서 두 배 몸집의 아이를 넘겨 젖히고,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는 담임선생님에게 ‘기물 파손’이라고 말하는 소녀였던 이다울에게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찾아온다. 양치를 할 때 턱이 벌어지지 않고, 이불을 털다가 신발을 신다가 병뚜껑을 열다가 온몸에 쥐가 나고, 걸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어진다. 누인 몸을 겨우 일으켜 온갖 병원을 다녀 봐도 병명을 찾지 못한다. 그때 가장 간절한 것은 바로 그 병명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실제적인 통증만큼이나 무딘 칼처럼 마음을 베었다. 그때부터 이다울은 자신의 몸과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아픔은, ‘그래도 견뎌보라’거나 ‘요즘 다들 그렇다’라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아픔을 드러내는 일이 곧잘 엄살이나 나약함으로 낙인찍히는 사회에서, 아픔에 대한 이다울의 기록은 많은 이에게 공감과 위로가 된다. ‘천장의 무늬’라는 제목에는 그녀가 누워 있으며 보냈을 그 시간과 공간, 불안과 상상이 얼룩져 있다. 그녀가 써 내려간 각각의 이야기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하나의 무늬로 완성된다. 그 안에서 우울과 비관에 움츠러들기보다, 통증과 함께 공존하며 서서히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다. 부러 비참해지지도 않고, 부러 희망차게 굴지 않는 것. 그것이 작가 이다울의 글의 특징이다. 이 담백한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이상한 평온함 속에 몰입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이다울
출판
웨일북(whalebooks)
출판일
2020.09.30

 

 

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 이다울 ㅣ 웨일북

 

이슬아 작가 책에 이다울 작가의 얘기가 '납작하지 않은 고통'편에 나온다. 투병(鬪病)으로 표현했다가 치병(治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병과 싸우는 게 아닌 병을 다스리는 것에 가깝다는 말을 이다울 작가에게 들었다는 얘기다. 말과 글 자체에 힘이 있으니 정확하게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응원과 위로가 될 수 있겠다.

그간 이런 표현들에 신경 쓰기 보다 담고 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잘 고쳐 부르면 또 한 번 의미를 담을 수 있으니 부여하고 싶은 의미가 있는 행동들에 대한 표현을 아무 생각 없이 넘기지 말고 한 번씩 더 담을 것이 없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업무적으로는 했었던 것을 내 생활에는 전혀 적용을 안 했다고 생각하니 코웃음이 나왔다. 사업부를 만들 때, 팀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들 보다 그 사업부나 팀에서 추구해야 할 내용으로 명칭을 정해 이렇게 만들어야 결국 명칭에 맞는 일을 하게 될 거야 라고 얘길 해줬던 게 어제 같다.

책 제목과 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 왜 이 책을 보려고 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작년 겨울에 읽어보려고 담아두었던 게 생각이 났다. 꺼내보니 22년 12월20일 이었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고 바로 이 책을 왜 보려고 했는지 기억이 살아났다.

그리 좋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오랜만에 좋은 일이 생기고 들뜨면 불안감이 좀먹는다는 생각을 떨쳐낼 순 없다. 그래서 또다시 좋지 않은 날들을, 좋은날에 상상하게 된다. 엄청난 노력으로 좋은 날을 만들어도 이 정도면 누릴만하다고 되뇌어도 불안감에 대한 상상을 안 할 순 없다. 본능인가 보다.

내내 아팠던 저자도 마찬가지 심정으로 늘 지냈다. 그게 우울증인지 양극성 기분 장애인지 섬유근육통인지도 모른 체 말이다. 병과 함께 지내면서 병에 대해 신속하게 얘기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우고 몸을 때때로 시험하면서 병과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도 알아간다. 고양이도 키우게 된다. 챙김을 받다가 챙겨야 함도 같이 알게 된다. 병과 함께 하는 성장 에세이인 것 같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글이 재미있다. 하지만 우울감은 계속 서려있다.

글이 솔직하다. 더 세월이 더 지나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진다.

"머리가 불타는 꿈을 꿨다. 깨어보니 잠결에 뒤척이다 커버가 벗겨진 핫팩이 머리 밑에 깔려 있었다. 집에 있는 전기 핫팩은 불량품이다. 1부터 10까지 화상을 입을 만큼 일정하게 고온을 지속한다. 실수로 핫팩을 접어두었다가 그것을 씌운 커버가 갈색으로 익어버린 적도 있다. 때문에 커버를 두루는 것은 물론 그 위에 수건을 반 접어 깔고 사용해야만 한다. 수건을 덧댄 불량품 핫팩은 겨울이고 여름이고 배를 데우는 데에 사용되곤 했다. 위장 장애가 사라진 뒤, 핫팩은 배에서 목과 어깨로 옮겨가 연중무휴 사용되었다. 그러다 머리가 불타는 꿈을 꾼 것이다."

"팥은 '팥팥팥팥' 하는 소리는 냈다. 정확히는 '삭삭삭삭' 소리를내는 마라카스 소리와 더 가까웠지만 머릿속엔 판이라는 글자가 가득 찼다. 그리고 그 팥 주머니를 흔들 때마다 고소한 엄마 냄새가 났다."

"충만함 뒤의 불행을 상상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 곧 끝나버릴 것이라는 불안이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며 자세를 고쳐 앉을 때마다 달큰하고 진한 크림 냄새가 풍겨왔다. 그 냄새가 어찌나 강한지 나는 꼭 젖을 짜내는 동물이 된 것 같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충만과 불안의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엄마는 늘 코미디엔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배꼽을 잡고 웃는 사람이었다. 가끔씩은 엄마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크게 웃는지 혹은 길게 웃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웃음이 전염성이 정말 세서 가족 모두를 깔깔대게 만들었다. 만약 내게 가족과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그 시간을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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