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얼굴 | 이슬아 ㅣ 위고

2023. 5.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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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얼굴
『날씨와 얼굴』은 이슬아 작가가 지난 2년간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쓰고,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은 책이다. “얼굴을 가진 우리는 가속화될 기후위기 앞에서 모두 운명공동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기후위기의 다양한 모습 뒤편에 그동안 인간이 외면해온 수많은 얼굴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 시대가 외면해온 반갑고 애처로운 얼굴들을 불러낸다. 때로 그것은 ‘나’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된 동물과 택배 노동자와 장애인과 이주여성의 얼굴 들이다. “내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의 앞뒤에 어떤 존재가 있는지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으려 한다”는 저자는 분명 어떤 얼굴들은 충분히 말해지지 않으며 그들에 대해 말하려면 특정 방향으로 힘이 기우는 세계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슬아 작가의 다짐이기도 하다. 중요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누락된 목소리를 정확하게 옮겨 적는 것. 그것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배운 저항의 방식임을 곱씹는다.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여러 사람에게 묻고 여러 책을 참조하고 부지런히 자료를 조사하며 이 책을 완성했다.
저자
이슬아
출판
위고
출판일
2023.02.20

 

 

날씨와 얼굴 | 이슬아 ㅣ 위고

 

인지하는 순간들은 가끔이었지만 언제나 소리가 없거나 소리를 내거나 하면서 항상 내 주위를 돌던 그런 것들이다. 한 번씩은 골똘하게 생각해 봤던 사안들이다. 왜냐하면 갈수록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아니었으니까. 그 누구도 무관하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단지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지는 각자가 정해야 할 일이다. 난 단지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음을 현재까지는 멈출 생각이 없다.

언제나 관심 밖에서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심이 필요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관심을 받고, 또 관심을 원하는 사람들 그림자 뒤에 있으니 맑은 날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도 없다. 그런데 그림자 뒤가 없으면 그림자조차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외면하는 시간이 지속됐다면 이런 단순한 구조조차 외면이 아닌 없는 것처럼,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걸 안 했다면 보다 살아내기 수월했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보이는 것들을 어찌 계속해서 외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정도 됐으면 좀 편할 수 있어야 할 것을 스스로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후에 알게 되겠지만 내 생각이 맞았다고 좋아할 수 있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자신의 선택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아도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나쁜 건 자신의 선택이 아무한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는 자기기만이다."

"나는 그게 바로 연대임을 안다. 연대란 고통을 겪은 어떤 이가 더 이상 누구도 그 고통을 겪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이다. ‘부디 너는 나보다 덜 힘들었으면 좋겠어. 그러니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최대한 다 알려줄게’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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