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2011. 10. 3. 01:25Life goes On~

반응형
2011년 8월 7일 저녁...

나는 이날 너무 기분이 좋았다.

너무 기분이 날아 갈것 같았고, 뭐든 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내 생각했었던 일들, 그간 미뤘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

크게 나한테 문제가 없다면, 나는 그냥 성실히 하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속으로 다짐 하고 또 다짐하며, 이 좋은 느낌을 그대로 간직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경마공원역을 지나, 남태령 고개를 올라 가고 있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한다.

쓰러지셨으니, 빨리 오라고,,,

정말 믿기질 않았다.

요즘 하도 피싱이 많아서...

차를 돌렸다..

다시 또 전화가 왔다.

"오고 계시죠? 많이 위급합니다."

더더욱 믿기질 않았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 지는게... 기분이 영 내키질 않았다.

담배를 안핀지 좀 됐었는데... 왠지 담배를 사고 싶었다.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세까지를 연속해서 피웠다.

'아닐꺼야. 아닐꺼야' 머릿속에 수없이 반복 하면서.

빗방울이 거세 졌다.

한 20분 정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전화가 또 왔다.

'과천경찰서' 휴대폰에는 이렇게 표시가 되었다.

더 가슴이 조렸다.

아버지가 많이 위독하신데 오고 있냐는 전화였다.

이미 25분 정도 지났다.

급하게 차를 몰고, 병원에 갔다.

주차를 하고,,,

뛰어 가고 싶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응급실에 들어 갔다.

아버지를 찾았다.

누군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나한테 다가 왔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의사가 왔다... 아무말 안한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지금 정리 중이라고,

'정리 중이라고?'

돌아 가신 것이다.

20분 전에 말이다.

내가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 갔다면, 아버지를 볼수 있었는데,

내가 믿질 못하고, 지체한 시간들 때문에 아버지 임종을 지켜보질 못했다.

눈을 감고 있는 아버지....

어릴적 아버지 잠든 모습을 봤을때 처럼 자고 있는 아버지.

다른게 있다면, 얼굴,,, 손이 차가왔다. 온기가 없었다...

귀에다 대고 얘기 했다.

태어나서 한번도 하지 못한얘기

'아빠 사랑해. 내가 잘못했어. 아빠 사랑해....아빠 미안해...'

들었을까... 내 목소릴 들었을까...

어렸을때 부터, 마지막으로 본 한달전 그 모습까지 뇌리를 스쳐간다.

아무것도 할수 없이.. 우리 아빠는 그냥 그렇게 갔다.

아빠가 쓰러진 시간,

나는 아빠와 거의 같은 장소에 있었다.

내가 그날 기분이 그렇게 좋았던걸 아빠는 알았을까?

당신의 아들이 당신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는걸 알았을까?

그래서 그 짐을 벗겨 주려고 그렇게 내 얼굴도 안보고 그렇게 간걸까...

.....

아빠가 내 나이때,

큰누나가 12살, 작은누나 10살, 내가 8살 이었다.

그때 나란놈은 아빠한테 어떤 존재 였을까.

아빠를 좋아 했었던 시절보다 원망했던 시간들이 더 많게 느껴진다.

아주 어렸을땐,

아빠와 관악산에 자주 가곤 했다.

학교 다닐때의 기억은 거의 없다.

군대 가기 전인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아빤 초저녁에 술한잔 얼큰하게 드시고,

라면을 종류별로 잔뜩 사가지고 비를 맞고 들어 왔다.

내가 라면을 좋아 하니까. 크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봉지를 나한테 건넸다.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었다. 아빠도. 나도...

그렇게 환하게 웃고 좋아 했던 모습이 그것 밖에 생각이 안난다.

같이 살았던 날이 더 많고, 좋아 하며 살았던 날이 더 많은데,

원망했었던 그 짧은 기간이 나에 대한 아빠의 기억을 다 앗아 간것 같다.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참았으면,,

내가 계획한 데로 다 됐을텐데, 왜 조금만 더 참지 못했을까. 아빤.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을텐데, 왜 나를 보지 않고 그렇게 떠났을까.

그토록 원하던것을 이뤄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힘없이 갔을까.

내 가슴에 그렇게 큰 구멍을 내고,

이제끔 한번도 꿈에도 나오질 않는다.

산소에 찾아가서 그렇게 목놓아 울어봐도

아무런 대답도 없다.

너무 후회가 된다.

내가 내 생각만 하느라, 아빠를 챙기지도 신경쓰지도 못했던게

너무 나도 후회가 된다.

모든 것들이 다 후회가 되어,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나는 너무 편하다.

어렸을때도 지금 까지도 고생다운 고생도 하지 않은것 같은데,

왜 그토록 원망하게 살았던 세월이 좋았던 세월보다 많게 느껴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 줬으면. 아빠가 원하는거 해줄수 있었는데.

이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나는 이런거 조금도 참지 못하는데,,,

아빤 정말 얼마나 외로웠을까...

순간 순간 찾아 드는

아빠의 기억.

그리고 나의 잘못들.

하루에도 몇번씩 나를 힘들게 한다.

다른것들도 나를 힘들게 하는데,,,

그 다른것들은 내가 다 이겨 낼수 있는데...

순간 떠오르는 아빠 생각은.. 나를 주체 할수 없게 한다.

어쩌면 내가 이것 때문에 정상인것 처럼 행동하려고 노력 하는지도 모른다.

.....

미안해 아빠.

정말 미안해...

나중에 다시 만나... 그때는 아빠가 원하는거 해줄께.

그때는 아빠 원망 안할께....





728x90
반응형

'Life goes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도  (0) 2014.01.05
나의 차  (0) 2011.10.03
[2008] Boarding Gate, 보딩 게이트  (0) 2011.08.03
대한민국 남자들의 현실  (0) 2011.08.02
수영 이젠 도저히..  (0) 201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