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 20:33ㆍ책
- 저자
- 황석희
- 출판
- 달
- 출판일
- 2023.11.17
번역 :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 황석희 | 달
10년 전의 나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에 쇠퇴한 것도 많다. 뒤로 물러가거나 느려진 것 중 하나를 꼽자면 타이핑 속도다. 한글과 영문을 지금도 편하게 타이핑하지만 특히 영문은 '아 여기 이쯤에 있었는데?' 할 때가 많고 한글 타이핑은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 언제부턴가 이런 게 좀 거슬리더니 손톱이 아주 조금 자랐는데 그게 타이핑할 때 자꾸 신경 쓰여서 손톱 깎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 이 글을 쓰다가 손톱을 깎았는데 사실, 자주라고 생각되지만 일정한 기간일 텐데 그 시기가 빨리 온다고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방금 들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에세이다.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도 있고 왠지 공감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서 나이대도 비슷한가 해서 찾아보기도 했다. 맞춤법에서는 특히 '좋은 일 있길 바라~'에서 '바래~'로 쓰고 싶은 충동이 정말 볼 때마다 드는데 이걸 글로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한때는 자막 안 보고 영화 보는 게 이루고 싶은 것 중 하나였는데, 여전히 자막을 봐야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아직 이루지 못해 한이 된다. 마치 외국 영화 주인공이 한국어를 능수 능란하게 하는 것 같은 착각이 자막의 힘 아닐까. 특히나 '데드풀'은 자막은 최고인 것 같다.
어떤 일이라도 오랜 기간 성실하게 하면 전문가가 된다. 경비 업무도 마찬가지고 번역 일도 만찬가지 일 테다. 각자 일하는 업계는 달라도 그 안에서 행해지는 것들은 비슷하구나를 또 한 번 느낀다. 간혹 말할 때마다 '우리는~'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우리'는 특정한 '우리'가 아닌 그냥 '우리' 인 것 같다.
영화 '내 사랑', 에단 호크와 샐리 호킨스가 나오는 Maud Kathleen Lewis 얘기를 담은 내가 무지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걸 번역했다는 게 반가웠다. 아무튼, 번역한 영화를 관객들 틈 사이에서 반응을 느끼려고 영화관에 갔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친구랑 또 보려는데 이 영화 내일도 해요?"라는 말을 듣고 엄청 좋았다고 한다.
"영화 번역가로서 가장 기분좋은 순간은 “내가 번역한 영화를 관객들이 저렇게나 좋아해줄 때”가 아니라 “관객들이 저렇게나 좋아해주는 영화를 내가 번역했을 때”다. 얼핏 같은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관객들이 저렇게나 좋아해주는 영화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던 행운. 내 손으로 고이 보듬어 내놓을 수 있었던 행운. 그 모든 건 행운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때 그 할머니 관객의 말을 듣고 느낀 감정의 정체는 감사함이었다. 그 우연한 행운에 대한 감사함."
직업인으로써의 번역 일에 대한 내용과 개인의 삶을 적절하게 잘 섞어놓은 아주 재미있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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