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7. 13:05ㆍ책
- 저자
- 패트릭 브링리
-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 출판일
- 2023.11.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웅진지식하우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친형이 세상을 떠난 슬픔으로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주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지독한 무기력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고 싶은 마음도 알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나. 그리고 내게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어딜까.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해보지 못한 것 같다. 고민해봤다면 나도 어떻게든 그런 공간에 있으려고 했을 텐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1880년에 개관한 이래 미국에서 최고로 꼽힌다고 한다. 직접 가보는 대신 브링리의 느낌과 해설로 같이 투어를 해본다. 조금만 더 집중해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만 느껴지는 향기와 분위기는 대충 아니까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보면 구석 구석 다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만약 작품을 보지 않고 책만 본다면 몇 페이지 읽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상상이 가능 할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을, 그것도 모르는 작품을 상상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같다. 그래서 https://www.patrickbringley.com/art 이 페이지로 접속을 하면 책의 목차와 같이 작품들 링크가 있으니 같이 둘러보면서 느끼면 될 것 같다. 심지어 야구카드도 볼 수 있으니까.
작품 완성 전에 제작이 중단 된, 개념상 아직 진행 중인 작품을 모아놓은 메트 브로이어 미술관이 개관을 했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4년만에 폐관이 됐다고 한다. 언제나 완연한 것들만 볼 수 있는 곳이 미술관인데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곳이라고 하니 꽤나 흥미가 생겼는데 없어졌다니 아쉬웠다.
미켈란젤로와 로레타 페트웨이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술가로 설명해주는 게 흥미로웠다. 사실 그렇게 생각되질 않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하나도 다를 게 없잖아!’ 로 생각됐다.
아이가 커가면서 브링리 자신도 메트에서 많은 부분 고요함과 안식을 찾았으니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 아닌 그 사람들을 이끌고 탐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로어 맨해튼 도보 여행 가이드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브링리가 메트를 그만두는 날 일하는 동안 마지막 할 일은 가장 좋아했던, 아니 필요로 했던, 품고 나가야 했던 그림을 고르는 일인데 그 그림은 Fra Angelico 의 The Crucifixion 이었다. 그 이유도 나와있는데 너무 공감이 되는 말들이다.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내 앞에 펼쳐진 삶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게 나의 희망이다."
브링리는 스스로의 세상을 메트로 한정 지어버렸다. 하지만 메트는 진짜 세상보다 훨씬 더 넓은 곳이었으리라. 그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탐험하고 싶어 10년간의 근무를 뒤로 하고 나오는 순간 그간의 슬픔과 무기력은 사라져있었다.
이 책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23년도에 읽은 책 중에서 내게 위로가 됐던 책이 ‘상실의 기쁨’ 이었는데 이 책도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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