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의 정석 : 취향 속에서 흥청망청 마시며 얻은 공식 ㅣ 심현희 ㅣ 에이엠스토리

2023. 11. 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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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의 정석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내고 싶을 때, 혼자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을 때,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술’이다. 그런 ‘술’에 있어서 가장 핫하고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주류전문 기자이자 자칭 타칭 프로 술꾼인 ‘심현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술꾼은 과연 어떤 술을 가장 좋아하는가? 저자가 가장 많이 듣는 이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추천하는 맛있는 술과 그에 얽힌 맛깔나는 이야기의 페어링으로 가득하다. 일찌감치 타고난 술꾼의 면모를 보였던 어린 시절의 경험부터 맥주로 시작해 와인으로 이어지는 취향 변천사, 주류시장의 뒷이야기와 그에 얹는 저자의 솔직한 시각, 업계의 숨은 장인들까지…… 흥청망청 마시며 모은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는 좋아하는 맛을 찾아 먹고 마시기를 제대로 즐기는 술꾼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한 나의 술의 공식 찾기, ‘술꾼의 정석’을 소개한다.
저자
심현희
출판
에이엠스토리
출판일
2023.06.20

술꾼의 정석 : 취향 속에서 흥청망청 마시며 얻은 공식 ㅣ 심현희 ㅣ 에이엠스토리

 

아주 오랜만에 종이책을 만나니 활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눌러도 완벽하게 평평해지지 않으니 굴곡진 부분의 글씨 모양새는 제각각으로 보여 가로가 아닌 세로로 봐야 마음이 편할 지경이다. 보드를 타고 올록볼록한 바닥면을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삼십분 정도 느낀 후 원래 나는 종이책으로만 책을 봤었던 것 마냥 편안 해졌다.

난 술 없이는 못 살겠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술이 있으면 즐길 수 있고 풍미를 더해줄 요소가 더 늘어난 것이고, 사람과 음식을 원래보다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사회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술은 저마다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고, 물론 다른 것도 그렇겠지만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거기에 만났던 사람들, 당시 분위기, 사건 등에 언제나 같이 있었으니 인생을 조금 더 다이나믹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다. 술 없이도 잘 살 순 있겠지만 없으면 많이 섭섭할 것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기억들은 처음 파리 갔을 때 온종일 취해서 돌아다닌 일,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고르며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같이 마셔야지 하며 애지중지 가져왔던 기억, 락페스티벌이나 재즈페스티벌 가서 흐느적거렸던 일, 여직원 두 명이서 만취한 나를 집에 데려다줬던 일, 죽을 뻔한 일, 같이 마시다 원수가 됐던 일, 그 원수랑 절친이 됐던 일, 연인이 됐던 일 등등. 이렇게 보니 난 술 없이 못살겠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제목은 '술꾼의 정석'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고스톱 룰이 지역마다 다르듯 누구나가 정석이 될 수 있는 그런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술을 조금 더 깊이 즐길 수 있도록 괜찮은 경험치와 정보들을 잘 담아냈다. 얼마나 괜찮은 정보가 있냐 하면 내가 아는 여자 대표가 있는데 옷이 거의 이세이 미야케 일색이다. 그래서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건가 싶었고 수년간 그냥 궁금한 채로 있었는데 아마도 그 이유를 난 알아버린 것 같다. 그리고 숙취에는 수액 맞는 게 최고 수준인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액 맛집이라니! 마지막까지 감탄사가 나왔다. e-mail 보내면 그 맛집 알려준다고 했는데 보내볼까 싶다.

보고 싶은 영화도 하나 얻었다. '사이드웨이' 이건 찾아서 봐야겠다. 그리고 메가 사이즈 와인이 더 맛있다고 하는데 와인과 코르크 사이의 산소량이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외에 각종 와인, 위스키, 맥주의 추천이 사이사이 들어 있어 언젠가 한 번씩은 다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노누아에 대해서 나오는데 '노화의 종말'에서 저자는 레스베라트롤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길 하고 실제 매일 섭취하고 있는데 이 레스베라트롤은 와인에 들어있고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는 와인은 피노누아 품종이라고 하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소주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난 돌고 돌아 지금 다시 소주 사랑에 빠졌다. 최근 들어 '새로'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새로가 새로 나왔을 때 술은 새로 나온 걸 마셔야 한다며 같이 있던 직원이 새로를 시켜서 새로를 한 모금 맛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 향이 느껴져서 그 이후로는 마시질 않았는데 최근 들어 눈에 들어오길래 내가 좋아해 보려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새로를 다시 새롭게 생각하며 새로를 한잔했는데 의외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역시나 뭔가가 그냥 좋아질 수 없는 나이를 이미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서글프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다시 보고 좋아해야 할 마음가짐을 갖는 리츄얼 하는 방법을 이제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에필로그는 보통 내가 알던 그런 전개가 아니고 저자는 끝까지 부여잡고 놔주질 않는다. 마치 '아직 안 끝났어 내 말 좀 들어봐 봐' 하는 것 마냥 숙취에 대한 정석을 내놓고 마무리한다. 결국 이 책은 술에 관한 얘기로 시작해서 끝까지 책임져준다. 저자가 술에 온몸을 던졌듯이 고스란히 책에도 던져 놓았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즐겨서 나중에 또 다른 정보를 담은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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