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7. 16:26ㆍ책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 하현 | 비에이블
말수가 적은 친구가 어느 날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하더니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말을 안 시켜줘서, 안 물어봐서 그냥 말 별로 안 하고 있었던 거지 그동안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느낌.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이 많은데 누구한테나 그러지 않고, 아무 때나 그러지 않으며 오전에는 말이 없는. 말을 해도 되는 그 시간에는 말 대신 그 상황에 대한 기억을 꺼내와서 한번 생각해 보는 그런 거.
분명 말을 해도 되는 때인데 말보다는 느끼는 게 더 좋은 그런 거.
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한 명 있을 법한 그런 사람. 괜히 이런 생각이 들게 한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약속을 쉽게 잡지 않은지 꽤 된 것 같다.
처음엔 코로나 때문이었지만 다른 약속들 보다 항상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안위가 우선이라 그날 상황에 따라 내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챙겨줘야 할 타이밍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는 이상한 신념 같은 거다.
그러다 보니 만나야 할 사람들은 점점 뒤로 밀리고 하지만 비즈니스라 할지라도 서로 이익 우선인 상대일 경우 시간이 지나면 거의 연락은 사그라들고 나와 관계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만 남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사람들이 가려진다.
내가 가리려고 한 게 아닌데 말이다.
미루고 미루던 약속은 꼭 숙제처럼 다가와 월초가 되면 이번 달에는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의 리스트를 적어 데스크 패드에 붙여 놓는다.
명언도 아닌데 항상 보면서 잊지 않으려고 말이다.
사실 그렇게 매일 만나야 할 사람의 이름을 보면 출근할 땐 문안인사가 되고 그 사람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되고 또 잘 지냈으면, 더 잘 됐으면, 행복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만나지 않더라도 난 매일매일 그 사람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이름을 적어놓고 잘 되길 바라니 꼭 다들 잘 되겠지.
아무튼 미루고 미루던 약속을 잡고 약속한 날 연락이 온다.
정말 미안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 다음에 봐야겠다고.
이런 연락이 오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하루는 24시간인데 그날은 나한테만 28시간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또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안위를 챙기게 된다.
적어놓은 사람들을 꼭 이번 연도 안에는 꼭!! 다 봐야겠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몸에도 마음에도 부스럼 나지 않기를, 좋은 손님만 만나기를, 우리의 밥벌이가
우리를 해치지 않기를, 언니들 틈에 섞여 열심히 땅콩을 까먹는 동안에도 나는
예의 그 희미한 슬픔을 느꼈다. 뒤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앞에서 보니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인 줄 모르고 사랑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바짓단에 붙은 땅콩 껍질처럼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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