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ㅣ 프랭크 브루니 ㅣ 홍정인 ㅣ 웅진지식하우스

2023. 11. 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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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산악 모험가 에릭 와이헨메이어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올랐고 세계 7대 봉우리를 모두 등정했을 뿐만 아니라 그랜드캐니언의 급류에서 카약을 즐겼다.” 이 한 줄이 기사화되기까지 에릭 와이헨메이어는 수많은 좌절과 표현할 수 없는 무력감을 겪었을 것이다.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은 경이롭지만 동일한 한계를 겪어본 적 없는 우리는 표면적인 감동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타인의 불행은 그런 것이다. 『상실의 기쁨』 저자 프랭크 브루니 역시 이런 뉴스들로 넘쳐나는 저널리스트 생활을 30년 이상 해왔지만 오른쪽 시력을 잃기 전까지는 이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지나치게 다른 데 마음이 쏠려 있었고, 지나치게 순진했으며, 지나치게 우쭐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력 상실’이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이것은 비단 프랭크 브루니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뉴욕타임스》에서 20년 이상 간판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쌓았고 백악관 담당 기자, 이탈리아 로마 지국장을 역임하고 음식 평론가로도 활동하며 주목받는 글을 써온 프랭크 브루니. 여전히 왕성하게 일하던 쉰두 살의 어느 날, 느닷없이 닥쳐온 뇌졸중으로 시신경에 혈액 공급이 끊겨 점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게 된다. 의사는 왼쪽 시력마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이런 와중에 오랜 연인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이별하고,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된다. 이러한 불행들을 계기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했지만 그동안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흐린 오른쪽 눈을 가지고 찾아보는 기회를 비로소 갖게 된다.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뉴욕타임스》에 “막대한 삶의 허기를 용기 있게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은 시력을 잃은 사람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 시험에 들 때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브루니는 상실을 강건한 지혜로 바꾸어낸다”라는 내용과 함께 장문의 추천의 글을 남기며 강력한 극찬을 보냈다. 아울러 『부모와 다른 아이들』, 『한낮의 우울』 저자인 심리학자 앤드루 솔로몬 역시 “프랭크 브루니는 회복탄력성을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재주를 가졌다”라는 찬사로 저자의 유일무이함을 인증했다.
저자
프랭크 브루니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3.03.17

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ㅣ 프랭크 브루니 ㅣ 홍정인 ㅣ 웅진지식하우스

 

좋지 않은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 아닐 거라고 생각지만 그건 그냥 바람일 뿐이다. 저자도 그렇지만 나 또한 내 안의 비관론은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이 트리거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잠시 마음을 놓고 있으면 뭔가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트리거를 건드리게 된다. 세월이 지나 수많은 유형들의 경험치를 얻고 달라진 건 딱 한 가지다. 그만하는 것, 오래전이었다면 끝까지 후벼팠을 것을 안 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해도 되는데 안 하는 이유는 그 상황이 오면 항상 나를 던졌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던져놨다는 건 무조건 내가 상실할 게 있는 상태로의 전환이라 그 결과가 너무 뻔하다. 원했던 상실이 아니면 지키는 편이 낫지 않은가.

원하는 상실은 이런 것 같다. 약속이 있는데, 약속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취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 회사가 너무 가기 싫어 독감이라도 걸렸으면 하는 마음같이 이런 정도의 상실만 바라고 살아야 한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가만히 있어도 없어져 버릴 것들이 계속해서 생긴다. 부여잡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도 않을뿐더러 더 큰 상실감만 생기게 될 테니까. 이런 말을 아무리 해도 와닿지 않으면 무시되니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매일이 같은 하루라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만나면 어릴 때 엄마랑 떨어져 지낼 때 빨리 시간이 지나가버리면 엄마를 볼 수 있겠다 싶어 시간 좀 빨리 가게 해달라고 절절하게 기도했던 걸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왜 내가 한 무수히 많은 기도 중에 이것만 제대로 들어준 것 같은지.

'상실의 기쁨'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상실'이 있어야만 이해가 될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이해한 척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되지만 언제고 누구에게나 있을 '상실'에 대해 미리 마음공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삶이 무슨 패를 돌릴지 결코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삶의 도전은 상실에 적응하는 것, 더 구체적으로는 판단력과 품위를 키워서 상실은 불가피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삶의 유일한 궤적임을 아는 것이다. 삶의 도전을 마주하고 가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이 있고 그중에는 위안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잘 살기 위한 비결, 가끔은 살아남기 위한 비결인 셈이다."

"우리는 흔히 과거에 사는 사람들을 동정하거나 비난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우리의 과거는 반짝이는 보물과 부드러운 바세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물을 잘 활용하고 위안을 얻는 것은 전적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것에 달려 있다. 오만함에서 감사함으로 가는 여정만큼 커다란 보상이 따르는 여정은 없다."

"누군가는 모든 상실에는 상응하는 보상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명제를 제시하겠지만 내가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다. 모든 상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고 상응한다는 표현, 그러니까 그 깔끔한 산수에도 동의할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멋지게 정ㅇ신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거기에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다고 해도 정신을 억누르는 제한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제한들이 우리를 으스러뜨리고 무력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발언권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상실을 그저 박달이 아닌 재배치로 볼 수 있다."

"미국인들은 젊음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붙들려 있어서 나이 든 사람들의 승리는 나이에 맞서 거둔 성취가 아니라, 나이 덕분에 거둔 성취임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최고의 기회는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기회는 뜻밖의 행운 같은 것이라서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조금도 통제력이 없다. 동시에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막대한 통제력이 있다. 나는 이 역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받아들이는 데 남은 인생을 쓸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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