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스케치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산문집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 송은주 | 반니

2023. 11. 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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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스케치
《파리 스케치》는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거주하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말년인 1957년부터 1960년 사이에 쓴 에세이다. 이 수필집은 1964년에 ‘움직이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2010년에는 여기에 초고 상태인 ‘파리 스케치’를 추가하여 같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의 2부로 소개된 ‘파리 스케치’는 비록 원고가 작가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에 대한 헤밍웨이의 성찰과 1부 ‘움직이는 축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헤밍웨이는 이십대 시절인 1921년부터 1926년까지 파리에서 지냈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신인 작가 헤밍웨이는 파리의 싸구려 호텔 꼭대기 방이나 카페에서 치열하게 글을 썼다. 그날 써야 할 글을 다 쓰고 나면 뤽상부르 공원, 미술관, 카페, 화가들의 그림이 가득한 스타인 여사의 아파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 경마장 등 파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1920년대의 파리에는 많은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헤밍웨이도 그곳에서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을 만나고,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의 그림을 접했다. 집에 돌아오면 서로 신뢰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 해들리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겼다. 이 책에 나오는 친한 동료 작가들과의 에피소드나 헤밍웨이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읽고 나면 설사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헤밍웨이라는 작가의 내면으로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이 든다. 파리에는 헤밍웨이가 산책하거나 단골로 드나들던 많은 곳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독자들은 청춘 시절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헤밍웨이의 안내를 따라 그때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파리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출판
반니
출판일
2019.08.30

파리 스케치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산문집 |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 송은주 | 반니

한동안 책을 도서관에서 보던가 대여해서 보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보고싶은 책을 이것 저것 골라놓고 마음껏 볼 수 있고 더 읽고 싶으면 대여해서 가지고 와도 되고, 물론 신간은 거의 없었지만, 뭔가 나에게 한가지 의미로는 좋았던 시절이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데 그의 책들을 보다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 라는 책이 나왔던걸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원래 제목은 아니다.
그리고 그때 기사를 찾아봤는데 "만약 당신이 젊은이로서 파리에 살아보게 될 행운이 충분히 있다면, 그렇다면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 처럼 당신의 남은 일생 동안 당신이 어디를 가든 당신과 함께 머무를 것이다." 라는 글도 봤었다.
'A moveable feast'로 표현 해놨었다 이게 원래 제목이다.
도서관에 없는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선정이 되면 얼마 후 책이 도착 했다고 알려준다.
이런 신청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때 해봤다.
그렇게해서 읽었던 책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 였다.
걱정거리가 하나 생겨서 생각을 좀 해야 하는 책을 보기는 그렇고 고른 책이 '파리 스케치' 였는데 아무생각없이 읽었더니 이 책은 예전에 봤었던 '파리는 날마다 축제'와 똑같음을 느꼈을 때 웃음이 나왔다.
잠깐 혼자 웃다가 누군가 내 머리 좀 식히라고 그 어떤 작용으로 이렇게 됐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덕분에 얼마 전 사다 놓은 위스키를 조금씩 따라놓고 마시며 책을 봤는데 파리는 갔다 와서 책에 나오는 지역들은 낯이 익고 또 이 책을 한번 읽었던 터라 그 익숙함이 편안하게 다가와서 내가 그 당시 그 안에 있는 것 마냥 느껴져서 좋았다.
그때 하루 종일 돌아 다니다가 피곤해서 와인 한병이랑 포도 사가지고 호텔로 와서 다 비우고 잠들었다가 큰 창문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서 기분 좋게 일어났던 기억이 난다.
왜 지금은 그렇게 못 일어날까.


그런 이야기를 쓰기에 더 적합한 장소가 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옮겨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식물뿐 아니라 사람도 때로 옮겨심기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바보처럼 행운을 비는 뜻으로 나무를 똑똑 두드리는 것을 잊었다. 아파트 안에 널린 것이 나무였는데도.

결국 언제나 봄은 왔다. 그러나 까딱하면 봄이 못 올 뻔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다.

파리는 빵집마다 진열창에 맛있는 것들이 넘치고 거리의 야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 음식을 다 보고 냄새 맡을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먹지 않았을 때는 허기를 참기 힘들다. 특파원 일도 접고 미국에서 누가 사줄 만한 글도 쓰지 못하고, 집에는 밖에서 점심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고 끼니를 건너뛸 때 가장가기 좋은 곳은 뤽상부르 공원이다. 옵세르바투아르 광장에서 보지라르 거리까지 가는 길 내내 먹는 모습을 볼 일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곳에 가면 늘 뤽상부르 박물관에 갔다. 속이 텅 비고 출출할 때 그림들이 더 고상하고 명료하고 아름답다. 나는 배가 고플 때 세잔을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가 어떻게 풍경을 그려냈는지 진정으로 알 수 있었다. 세잔도 그림을 그릴  배가 고팠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먹는 것을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이 부족하거나 배가 고플 때면 건전하는 않지만 명쾌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법이다. 나중에 세잔은 다른 식으로 허기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궁금한 게 있네, 어떻게 그렇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형편없이 쓰면서 그토록 깊은 감동을 주는 걸까?

스콧 피츠제럴드 그의 재능은 나비 날개의 고운 가루가 만들어내는 무늬처럼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동시에 카페의 나무 테이블을 두드렸다. 웨이터가 다가와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았다.그러나 웨이터도, 다른 누구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다. 카페 테이블 상판과 같은 나무나 대리석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 밤 그것을 알지 못했고 아주 행복했다.

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그녀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이 없다.둘 다와 함께 있을 때는 둘 다 사랑했다. 이상한 점은 내가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날이 가면서 새로운 상대는 행복해하지 않았다.

가슴이 무너지는 일은 다르다. 가슴이 무너질 일이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가슴이 없다면 가슴이 무너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가슴이 무너지게 된다. 가슴속에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허무’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그것이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거라면 철학자들이 잘 설명해준다.

이 책은 내 기억과 내 마음속 창고에 버려져 있던 것들을 담고 있다. 기억은 뒤죽박죽이 되고 마음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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