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3. 11:55ㆍ책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ㅣ 심너울 ㅣ 안전가옥
매번 e-book으로 보니 실제 책을 보진 못했지만 책이 길쭉하다. 추상화 같은 표지 디자인은 공이 떨어지는 궤적을 담은 건가 싶기도 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책 선택에 있어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큰 것 같다. 다만 책이라서 텍스트가 먼저 보일 뿐이었는데 요즘은 디자인도 같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음반을 한창 모았을 때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보가 나오면 음악도 좋지만 앨범 커버를 보는 재미도 컸다. 특히나 아주 오래된 뮤지션들의 커버는 관록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썼을 테니까. 책 디자인도 그렇게 음반과 같은 건데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책띠지도 디자인을 헤치지 않고 카피를 넣어야 하니 그 또한 고뇌한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 같다. 문득 책은 읽지 않으면서 책을 모으고 교보문고를 좋아하는 직원이 생각났다.
이런 작품들은 거의 접해보지 않아 낯설지만 또 다른 생각의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말도 안 되는 그런 얘기들을 하면 대부분 비현실적이라고 할 것이고 몇몇은 그럴 수도 있을까 하며 같이 상상의 크기를 키울 것 같다.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바램에서 약간만 넘어가면 나오는 영역 같다.
네 편이 들어 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것 같다. 뭔가 모를 동질감 비슷한, 약간 빙의가 된 듯한 느낌으로 말이다. '정적'과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뒤에 두 편 보다 나는 더 재밌었다. 그리고 읽다가 실소를 터뜨린 부분이 있었는데
"근추동의 동장 장민혁은 서유럽에 본사를 둔 유명한 맥주 회사의 마케터이기도 했다. 그는 서유럽에 살았던 적이 없고, 공무원의 신성한 겸업 금지 의무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의 30년 경력이 빛을 발하는 업무 처리 방식과 재수 없게 얽히는 날이면, 현은 집에 가는 길에 수입 맥주 네 캔을 안 사려야 안 살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계단을 다 올라갔는데 한 계단 더 남은 줄 알고 헛발질하는 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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