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3. 11:53ㆍ책
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 : 잠시 인생의 길을 잃은 나에게 나타난 산티아고 ㅣ 이기황 ㅣ 이담북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을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걸 생각해 보게 된 건 온 힘을 다했으나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마다 한 번씩 떠올린 것 같다. 이 또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 한 번은 가게 될 것 같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산에 가거나 하루 종일 걷거나 했었다. 누구와 같이 갔던 건 평생 몇 번 되질 않는다. 그 예전 회사에서 단체 산행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이런 행위는 혼자 하는 고행의 길이라고 인식이 되어 있나 보다. 그 미니 사이즈인 내 고행길을 나설 때 아주 오래전에는 뭔가를 생각해 보고 싶고 뭔가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했었는데 몇 번 하루 종일 걷다 보니 그런 걸 바라는 것 자체가 내가 찾고자 하는 의미와는 상반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중간중간에 오디오북도 듣고 음악도 듣고 했지만 주위의 소리가 온전히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자체도 뭔가를 차단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무것도 듣지 않고 내가 걷는 소리, 나뭇가지가 뱉어내는 소리에만 집중한다. 그러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데 그게 모든 설루션이 될 수 있을 만큼 멋진 아이디어라고 조금 흥분한 채 재촉하며 집에 돌아오다가 씻으면서 다 까먹고 허무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내 고행길은 끝나려면 멀었다.
책을 보면서 순례길 코스 이미지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어디까지 가고 있을까 보면서 읽어내려갔다. 열 번도 넘게 책을 그만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는데 결국 인내해서 끝까지 다 봤다. 나와는 맞지 않는 책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한 책들은 상당히 많다. 이런 책을 보고 싶다면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50대 중반에 회사에서 갑자기 해촉되었고 하나님이 이곳으로 내몰았다고 표현했다.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망령된 표현을 쓴다고 했다. 길을 걷는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열어줄 누군가를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순례길이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걷는 동안 작은 어려움으로부터 지켜주었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즐겁고 감사한 시간들을 허락했기에 어쩌면 이게 기적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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