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윙 :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윙을 떠올린다 ㅣ 김선영 ㅣ 위고

2023. 5. 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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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윙
-금요일의 습관으로 원피스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를 챙긴다 금요일 밤에는 택시를 달려 최대한 빨리 가야 할 곳이 있다. 흥겨운 재즈 음악이 가득 울리고,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다 함께 스윙을 추고 있는 곳.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춤을 추는 댄서들이 이따금 빵 하고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곳. 『아무튼, 스윙』은 생각이 많아 모든 시작이 어려웠던 편집자가 직장인이 되기 위해 떠났고, 다시 직장인으로 살기 위해 돌아온 스윙에 관한 이야기다. 즐거울 때보다 슬플 때 더 생각나는,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떠올리는, 위로와 같은 ‘댄스’에 관한 이야기.
저자
김선영
출판
위고
출판일
2020.06.01

아무튼, 스윙 :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윙을 떠올린다 ㅣ 김선영 ㅣ 위고

 

책을 다 보자마자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왠지 마셔야 할 것만 같았다. 맥주 500cc 정도를 억지로 한 번에 마시는 건 할 수 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목 걸림 없이 마시는 방법은 흠뻑 땀을 흘리고 난 후다. 땀을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고되게 흘릴수록 더욱더 걸림 없이 넘어간다. 단순히 땀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이 따라줘야 더 좋다. 이 느낌을 제대로 처음 느꼈던 건 군대 가기 전 시간이 남아 막노동?을 했었을 때였다. 일 끝내고 술집에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앉기만 해도 맥주를 주면서 '왔어?' 했었던 단골집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그때의 목 넘김이. 이 얘길 쓰는 이유는 이 에세이를 보면 기억들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

내 사회생활의 90%는 리더 역할이었다. 업무를 그리고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 하고 항상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얘기해야 하고 또 들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피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매번 곤욕이었다. 요즘 트렌드에 따르면 'I'성향이라 더욱더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일 외에는 사람들을 대하기도 싫었고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했다. 에너지를 소진할 일만 있어서 충전할 시간은 꼭 필요했다. 취미 활동으로 동호회를 한다거나 모임을 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랬는데 몇 년 전 갑자기 'Shall we dance'가 생각나 한 번 더 보게 됐다. 영화도 다시 봤고 마침 지인이 댄스를 배우는데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 정말 용기를 내서 동호회를 알아봤는데 나이 제한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생각하고 돌아서던 찰나 나이 제한이 없는 곳이 보여 연락해 보니, 비용이 추가된다고 했다. 레슨비가 아닌 나이를 먹은 비용 말이다. 이게 '노인세'인가 싶었다. 그러곤 바로 포기했었다. 그 후론 업무 외에 이런 것들은 나 자체가 민폐인듯싶어 찾아보지도 않았다.

책을 따라 나도 20대가 돼 보기도 하고 업무를 하기도 하고 스윙댄스를 배워보기도 했다. 스윙댄스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나도 같이 깔루아 하우스에 초대되어 술잔을 기울인 기분이 들게 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구절까지 생각나게 할 정도로 저자에게는 스윙이 삶에 들어가 있다. 괜찮은 에세이 한편이었다.

"새로운 곡이 시작되면 나도 이제 저 댄서들 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거기에 김선영 팀장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날 처음 어렴풋하게 알게 된 것 같다. 일상에서 손을 잡는 건 그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걸."

"나에게도 그랬다. 스윙을 시작한 뒤로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스윙은 언제나 나를 확실하게 위로해주었다. 이제는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스윙을 떠올린다. 댄서는 미워도 이 춤은 미워할 수가 없고, 즐거울 때보다 슬플 때 더 생각이 나는 게 스윙이 되었다. 이 쓸쓸한 세상에서 위안을 보장받는다는 건 얼마다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날, 구두 언니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언젠가 까르보나라에 소주를 마시며 물어보고 싶다,"

"그 후 다른 친구들에게도 깔루아하우스에 대해 입소문이 나면서 몇몇 댄서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는 또 4인용 테이블에 둘러앉아 재즈를 들으며 무덤까지 가져갈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테이블 옆의 창문을 활짝 열기도 하고, 추운 날에는 보일러를 틀고도 어깨에 담요를 둘렀다. 밤이 짧은 걸 아쉬워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누군가 졸기 시작해야 불을 껐다. 깔루아하우스의 어둑한 조명 아래서 나는 그들에게 자주 반했다. 스윙 바를 벗어나서도 매력이 이어지는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나는 이들과 오래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깔루아하우스의 4인용 테이블에서 같이 울고 웃어준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춤으로 음악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뮤지컬리티 방식이나 음악을 즐기는 태도, 강약을 느끼는 순간이 맞으면 말이 잘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의 충만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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