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ㅣ 박여름 ㅣ 히읏

2023. 11.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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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는 뛰어난 공감능력과 정감 가는 말투로 7만 명 이상의 독자들에게 사랑과 응원을 건네는 박여름 작가의 새 에세이이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법한 일들, 한 번은 통과했어야 했던 나날들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다독여 주는 책이다. 책에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불안, 슬픔, 이별, 새로운 만남 등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읽기 좋게 가공한 짧고도 긴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씨가 필요할 때마다 한 편씩 꺼내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결 괜찮아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늘 더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그래야 다른 좋은 사람과 더 좋은 일들이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끔은 시련도 있고 반갑지 않은 만남도 있어야 그를 이겨내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책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우리, 하지만 가끔 아픔을 겪기도 하는 우리에게 다정하게 말해준다. 지금의 힘든 나날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 더 좋은 일을 맞이하기 위해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지금 아프고 힘들다는 건, 곧 좋은 일이 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저자
박여름
출판
히읏
출판일
2023.07.26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ㅣ 박여름 ㅣ 히읏

 

허리를 다쳤다.

어렸을 때 전기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을 꽂아 보다가 감전된 적이 있는데 그때 집에 혼자 있어서 너무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엄마한테는 혼날까 봐 얘기도 못했고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내 몸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며칠을 조마조마했었다. 그때의 그 찌릿 정도가 넘어서는 느낌을 아주 잘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게 허리로 날아들었다.

욕실에서 겨우 기어 나와 거실에 누웠다. 허리는 움직일 수 있는지 다리에 통증은 있는지 이리저리 점검해보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한동안 누워 있었는데 샤워기를 놓쳐 옷이 젖은 상태였고 창문도 활짝 열어놓은 탓에 한기가 들었다. 그래도 참고 누워 있으면 조금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점점 더 통증이 심해져서 겨우 일어나 병원으로 갔다. 병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게 좋긴 좋구나 생각하면서 허리를 다 펴지 못하고 절뚝거리며 갔다.

이번 주에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나갈 수 있을까를 묻자 의사 선생님은 헛웃음을 지었다. 치료받고 약 타서 집에 오는데, 5분 정도 되는 거리인데 20분이나 걸렸다. 그 20분 내 내 아무 신들 한테나 왜 자꾸 나한테 이런 일들을 안겨 주는 건지 원망했다.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럴만 하니까 그런 거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이것저것 할 게 많았는데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이 돼버려서 조금 누워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 그간 정리는 하지 않고 넣어 두기만 했던 내 첫 번째 서랍을 무심코 열었다. 이 서랍에 들어 있는 건 누군가에게 받은 고맙다는 편지, 쪽지, 메모, 카드 등이다. 한동안 정리를 하지 않아 이걸 다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다시 보게 됐다. 나와 오랜 인연이었던 사람들 혹은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의 손글씨들에는 따스함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다. 하나씩 볼 때마다 그 사람과의 이벤트들이 떠올랐다. 말수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런 사람들은 항상 나를 알게 모르게 배려해 줬었고 난 그 배려를 말하기 전에 알아차리고 좋아하곤 했었다. 물론 혼자 좋았지만, 그런데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와서 신기했다.

"어떤 이의 배려에 관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알아채게 될 때마다 행복해진다. 나는 둔하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할 일도 별로 없으니 언제까지나 그 배려를 먼저 발견하고 싶다. 저 사람 방금 한 말, 내가 아플까 봐 먼 길을 돌아 뱉었겠구나. 어, 저 아이 지금 궁금하지만 나에게 상처가 된 기억일까 봐 묻지 않고 기다리는구나. 저 친구 내가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서 내일 보단 내일모레 만나는 게 낫겠다고 말하고 있구나."

오늘 허리를 다친 이유는 첫 번째 서랍 속 사람들을 다시 한번 꺼내어 보라는, 이 책 제목인 '좋은 일이 오려고 그러나 보다' 를 읽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로 아무 신들이 이렇게 내게 답을 해줬다.

이 책은 눈높이를 아주 약간 조절하고 보면 온기가 느껴진다. 저자의 말처럼 혼자 울 일이 있을 때, 살면서 한 번쯤 울다 저자와 마주치는 사람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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