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6. 17:04ㆍ책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ㅣ 이묵돌 ㅣ 비에이블
단상일까 소회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23명의 단상 혹은 소회이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사람이고 누구에게나 현재의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아점을 늦게 먹은 탓인지 저녁을 먹을까 말까 하다가 냉장고에 자리 잡고 있던 올드 라스푸틴을 보고 한잔하면서 이걸 봤는데 찬찬히 읽어 가면서 나의 소회도 같이 참여해가며 그리고 취해가며 다 읽었다.
얘기하는 인물 두 번째가 Chet Baker라 일단 그의 음악을 틀게 됐다.
일할 때 그리고 집중해야 할 때 Jazz를 틀어놓는다.
그때 Jazz는 전혀 모르는 곡이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는 느낌이면 집중력은 바로 없어지니까.
모르는 Jazz를 틀어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느낌이 나서 정신이 환기된다.
그럴 땐 Lofi beats로 전환한다.
그렇게 집중하다 또 비슷한 beats가 나오면 Classic으로 바꾼다.
이상하게 Classic은 환기가 되질 않는다.
Miles Davis 부분을 읽을 때는 또 그의 곡으로 바꿨다.
그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이 난다.
고3 때 시험 끝나고 친구와 황학동에 갔었다.
그때는 음악이 좋아 더 좋은 기기로 들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계속했는데 친구가 황학동에 가면 오디오, 아니 그때는 전축이, 중고로 저렴하게 나와 있다고 해서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갔었다.
실제 파이어니어 나 마란쯔등 괜찮은 제품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거기에 있었다.
둘이 오토바이로 묵직한 오디오 스피커와 앰프 등등을 얼마나 실어 날랐던가.
그때는 락에 심취해있었는데 막상 오디오를 사고 보니 엄청 두드리는 음악보다는 좀 선이 살아있고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느낌의 음악을 듣고싶었다.
프로그레시브 음악들을 들었지만 성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밴드가 아닌 고전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지금도 오래된 밴드 들이지만 레인보우, 레드제플린 등등, 그렇게 듣다가 다급하게 친구가 불렀다.
가서 보니 돈이 어디서 생긴 건지 자기 키만 한 스피커, 그리고 진공관 앰프까지 사들였다.
음악은 둘째치고 그 모습 자체가 영롱했다.
진공관이 왜 좋은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때 그렇게 백열등 전구처럼 켜지는 진공관의 희미한 불빛을 보는 느낌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때 그 오디오로 들었던 첫 음악이 Miles Davis의 So What 이었다.
여기에 나와 있는 23명의 인물은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똑같은 의미의 사람들이다.
단지 조금 오래되고 더 오래되고 훨씬 더 오래되고의 차이일 뿐이다.
이묵돌씨의 글을 하루키가 읽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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